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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집에 오면서 물건을 하나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버스기사님께 분실물 센터 전화번호를 물어볼 때 들은 얘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아니 뭐 XXX(물건 이름) 하나 잃어버린 거 가지고 그래요, 난 또 뭐라고...'

 

저한테 있어서는 누군가의 정성이 들어가 굉장히 소중한 물건이었고 너무 안타까워서 꼭 찾고 싶었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다지 아까운 물건이 아닌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흔한 그 물건

 

결국 물건을 찾을 수는 없었고 집에 와서 몇 시간 동안 속상해하고 있다가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래.. 큰일이 난 것도 아니고... 너무 안타깝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히 지금 잃어버린 그 물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속상함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겠지..'라는 결론을 내리며 마음을 조금 편하게 먹기로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다른 사람이 엄청 아픈 것보다 내가 손가락 조금 베인 게 더 아프고 신경이 쓰인다는 말이 떠올랐는데요 그와 동시에 '나도 누군가한테는 버스기사님처럼 그렇게 얘기를 한적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도 그런 적이 있었더라고요, 너무나 많았고 너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얘기한 적이 많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뭔가를 잃어버렸을 때를 떠나서 상대방의 상황에서 안 좋은 일이 발생했을 때도 말로는 '괜찮아???'라고 얘기를 했지만 그 말에는 그냥 '많이 힘들겠구나..', '많이 아프겠구나..' 이 정도로 조금의 공감만을 거쳐 일차원적인 위로의 얘기만 건넨 적이 너무 많았더라고요

 

제가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보다 상대방한테 훨씬 더 큰일이 생겼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저는 제가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린 것만큼의 아픔도 느끼지 않은 채 위로를 했었어요

 

물론 진심을 담아 얘기한 적도 많았지만 그것보다 많이 그냥 뭔가 질문에 대한 답만 내놓는?? '이 상황에서는 이런 말을 해야지..'처럼 머리로만 이해하고 가슴으로는 그렇게 많이 이해하지 못한 채 상대방을 위로하고 있는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고민이나 아픔, 걱정을 얘기하는 건 그만큼 내가 의지가 되기 때문일 텐데 말이죠..

 

물론 저만 그렇게 행동하는 건 아닐 거예요, 살면서 모두들 저와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어떻게 내가 아픈 것처럼 내가 직접 겪은 것처럼 받아들일 수가 있겠어요

 

내가 아픈 것처럼 내가 직접 겪은 것처럼 받아들이기가 어려우니까 '아.. 많이 힘들겠네..', '많이 슬프겠구나..' 이 정도의 생각까지만 하고 나서 위로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누군가와 얘기할 때 그런 것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공감해보고 진심을 담아 얘기해 보려 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안 일어나는 게 가장 좋지만 삶이 좋은 일로만 가득하지는 않잖아요??

 

소중한 물건을 잃어버려서 너무 기분이 나쁜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잃어버리기만 한 것은 아닌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왜 항상 이렇게 소중한 것들은 바보같이 비슷한 뭔가를 잃어버리고 나서 알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여러분도 누군가가 고민이나 아픔에 대해 얘기할 때, 또는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그냥 하는 위로가 아닌 조금 더 생각해보고 조금 더 진심을 담아 얘기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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